번외③ 약과 수면 영양제를 동시에 복용해도 괜찮을까
수면 영양제를 고를 때는 성분만큼 지금 먹고 있는 약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처방약과 함께 복용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는 수면 영양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반대로 진정 작용을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복용 시간을 조금만 조절하면 충분히 함께 복용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아래에 해당한다면 한 번 정도는 자세히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 카페인이나 각성 성분이 들어 있는 음료·약을 자주 먹는다.
- 술을 자주 마시거나 수면제·항불안제를 함께 복용한다.
- 위장약(PPI), 갑상선약, 항생제,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 피임약, 혈압약,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거나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많이 접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함께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정리했다.
먼저 알아둘 점
이 글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모두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은 함께 복용할 수 있고, 일부는 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몸의 반응을 살펴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다만 여러 처방약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거나, 새로운 약을 처방받은 경우라면 새로운 영양제를 시작하기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몸을 깨우는 약이나 음식은 수면 영양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핵심 ↩
카페인으로 대표되는 커피나 에너지음료뿐 아니라 녹차, 코감기약, 다이어트약, ADHD 치료제처럼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약이나 음식은 수면 영양제와 복용 타이밍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코감기약의 '에페드린' 계열 성분이나 다이어트약의 '펜터민'은 몸을 각성 상태로 유지하려는 성질이 강해, 멜라토닌, L-테아닌, 마그네슘, 락티움처럼 몸을 이완시키는 수면 영양제의 이완 신호를 방해할 수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수면 영양제의 효과를 충분히 느끼기 어렵게 만들므로,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성분표를 한 번쯤 확인해 보고 각성 유발 약물은 가급적 낮 시간대에 복용을 끝내는 것이 좋다.
또한 카페인은 체내 반감기가 길어 취침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수면 영양제의 효과에 더 크게 영향을 끼쳐 최소 잠들기 8시간 전까지만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술이나 수면제처럼 진정 작용이 강한 약은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핵심 ↩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면 구조를 흐트러뜨려 깊은 잠을 줄이고 중간 각성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멜라토닌이나 길초근처럼 진정 작용이 있는 성분은 물론, 다른 수면 영양제도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술 자체가 수면 구조를 무너뜨리는 만큼, 영양제를 더해도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나 항불안제도 마찬가지다. 졸피뎀, 디아제팜, 알프라졸람 같은 성분은 이미 충분히 강한 진정 작용을 하는 약인 만큼, 수면 영양제를 함께 복용하기 전에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흡수를 방해하는 약은 복용 시간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핵심 ↩
약과 영양제가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위장약
넥시움, 케이캡 같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PPI)나 겔포스 같은 제산제는 위산 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한다.
특히 복용 시점이 중요한 수면 영양제는 흡수되는 시간도 중요하다.
위산을 줄이는 약은 일부 수면 영양제의 흡수 속도를 늦추거나 흡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 결과 취침 전에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 영양제가 제때 작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마그네슘은 위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성분으로, 장기간 위장약을 복용하면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 멜라토닌이나 락티움처럼 복용 시점이 중요한 성분도 흡수 타이밍이 뒤로 밀려 정작 자려는 시간에 제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으므로, 함께 복용할 때에는 최소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 좋다.
마그네슘과 결합하는 특정 치료약
마그네슘은 일부 약 성분과 장 안에서 결합해 서로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그네슘과 일부 약 성분이 함께 흡수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래의 약들이 이에 해당한다.
갑상선 호르몬제
테트라사이클린계 / 퀴놀론계 항생제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 치료제
위장약을 복용 중이거나 위의 치료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다면, 가능하면 같은 시간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영양제와 약의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최소 2~4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핵심 ↩
모든 상호작용이 복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복용 중인 처방약에 따라서는 영양제를 시작하기 전에 성분을 한 번 더 확인하거나,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경구 피임약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멜라토닌은 낮은 용량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피임약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체내 멜라토닌의 분해 속도를 늦출 수 있어서, 남들과 같은 용량을 먹어도 다음 날 낮까지 졸림이나 무기력함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압약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L-테아닌을 시작하기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모든 혈압약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타차단제(Beta-blocker)나 ACE 억제제처럼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약물은 테아닌의 혈관 이완 효과와 겹쳤을 때 혈압이 평소보다 더 떨어져 어지러움이나 기운이 빠지는 느낌을 유발할 수 있다.
피를 묽게 만드는 약
와파린이나 아픽사반 같은 항응고제, 그리고 아스피린처럼 피를 묽게 만들어 혈전 생성을 막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멜라토닌 복용 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멜라토닌이 혈소판 응집을 일부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 해당 약물들과 만났을 때 출혈 위험성(지혈 저해 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다.
항우울제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성분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플루보크사민(Fluvoxamine) 성분의 약물은 간에서 멜라토닌이 대사되는 경로를 강력하게 억제한다. 이로 인해 체내 멜라토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두통이나 주간 과진정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함께 복용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우유 알레르기
마지막으로 락티움은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을 가수분해해 만든 원료다. 이는 소화 효소가 부족해 배가 아픈 '유당불내증'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유당불내증 환자는 대부분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지만, 우유 단백질 자체에 면역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복용을 피해야 한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수면 영양제와 처방약이 항상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대부분 함께 복용할 수 있고, 일부만 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전문가와 상담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약이나 성분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 수면 영양제의 효과가 떨어지고, 어떤 경우에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영양제를 고를 때 성분표를 확인하듯,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의 성분도 함께 살펴보는 습관이 결국 더 안전한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성분을 고를지가 아니라,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하는지가 남는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성분이라도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면 좋은지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