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세탁세제, 친환경의 기준점
이 글의 핵심
일반 세탁세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흔히 세제 성분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환경 부담은 세제 성분뿐 아니라 제조, 포장, 운송, 세탁, 사용 후 처리까지 여러 단계에서 생긴다.
특히 세탁 과정에서는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환경 부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친환경 세제를 평가할 때는 무엇이 물을 오염시키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세탁을 끝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한가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캡슐세제는 세제를 농축해 한 번 사용할 양으로 나눈 제품이다. 직접 계량할 필요가 없고 제품의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지만, 대신 수용성 필름이라는 재료를 사용한다.
이 글에서는 일반 세제와 캡슐세제를 기준점으로 삼아 세탁세제가 환경에 부담을 만드는 곳이 어디인지부터 살펴본다. 이후 다른 세탁 제품이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새로 더하는지 비교하기 위해서다.
세탁세제의 환경 부담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핵심 ↩
세탁세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한 가지 문제로 묶기는 어렵다.
세제 성분을 만드는 데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제품을 담을 용기도 필요하다. 제품은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운송되고, 세탁할 때는 물과 전기를 사용한다. 사용한 세제와 오염물은 하수로 배출되어 처리 과정을 거친다.
세탁세제의 생애주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원료와 제조, 포장, 운송, 사용, 폐기와 하수처리까지 여러 단계에서 환경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한다.[1]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세탁은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하는 과정이다. 환경성도 세제 성분 하나만 떼어 보기보다는 제품이 만들어져 사용되고 처리될 때까지 어떤 부담이 생기는지 보는 편이 실제 세탁에 더 가깝다.
세탁에 필요한 기능은 유지하면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부담을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는가.
이후 다른 세탁 제품도 이 질문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려 한다.
세제 성분 자체는 얼마나 중요한가 핵심 ↩
세제에는 계면활성제뿐 아니라 물의 성질을 조절하는 성분, 효소 등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사용 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성분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분해되거나 제거될 수 있고, 그 정도는 물질과 처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세제가 하수로 들어간다’는 것과 ‘사용한 세제 성분이 그대로 자연환경에 남는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어떤 성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뿐 아니라 사용 후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세제의 환경 부담에 영향을 준다.
의외로 큰 변수가 세탁 온도다 핵심 ↩
세제 성분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세탁의 환경 부담이 크게 줄어들까?
꼭 그렇지는 않다.
세탁세제가 만들어져 사용되고 처리되는 전체 과정을 비교한 생애주기평가에서는 세탁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와 세탁온도가 환경 부담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요소로 나타난다. 특히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세탁 과정의 기후영향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2]
낮은 온도에서도 충분히 세탁할 수 있다면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온도만 낮추면 되는 것은 아니다. 세탁 후에도 오염이 남아 다시 세탁해야 한다면 물과 전기를 또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것과 충분한 세정력을 유지하는 것을 따로 떼어놓지 않는다.
액상세제는 세제와 함께 물도 운반한다 핵심 ↩
액상세제에서 눈에 띄는 환경 부담은 용기다. 하지만 제품의 형태 때문에 운송해야 하는 무게와 부피도 달라진다.
액상세제에는 세정 성분과 함께 물이 들어 있다. 물 자체가 환경에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세정 기능을 더 농축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소비지점까지 운송해야 하는 제품의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액상세제가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다. 액상세제도 농축하면 한 번의 세탁에 필요한 제품량을 줄일 수 있다.
뒤에서 살펴볼 가루세제, 타블렛, 세탁시트도 이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물을 적게 포함한 고체 형태로 만들면 제품을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환경 부담이 더 낮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핵심 ↩
액상세제는 흔히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다.
포장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용기를 가볍게 만들 수도 있고, 재활용 원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나의 용기를 계속 사용하면서 내용물만 보충하는 리필 방식도 있다. 제품을 농축하거나 고체 형태로 만들어 더 작은 포장에 담을 수도 있다.
실제 액상세제 포장을 비교한 생애주기평가에서도 단단한 플라스틱 용기와 유연한 파우치처럼 포장 방식에 따라 환경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 연구는 포장 자체를 비교한 것이며 세제의 생산과 실제 세탁 과정까지 포함한 전체 제품 비교는 아니다.[3]
따라서 플라스틱을 사용했는지만으로 포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포장재를 사용하는지, 재활용 원료가 들어가는지, 다시 채워 쓸 수 있는지 등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캡슐세제는 무엇이 다를까 핵심 ↩
캡슐세제는 일반 액상세제와 세탁 원리부터 다른 제품은 아니다. 계면활성제를 비롯한 세정 성분을 사용하지만, 이를 농축해 한 번 사용할 양으로 나누고 수용성 필름으로 감싼 형태다.
사용자는 액상세제처럼 매번 양을 재지 않고 캡슐 개수로 사용량을 정할 수 있다.
제품을 농축하면 일반적인 액상세제보다 운송해야 할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캡슐이라는 형태 자체가 전체 환경 부담을 낮춘다는 뜻은 아니다.
액상세제의 단단한 플라스틱 용기를 줄일 수 있는 대신, 각각의 캡슐을 감싸는 수용성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에 녹은 필름은 어디로 가는가 핵심 ↩
캡슐을 둘러싼 막에는 PVA 또는 PVOH라고 부르는 수용성 고분자가 사용된다. 물에 닿으면 녹아 세제와 함께 세탁수로 들어간다.
하지만 물에 녹는 것과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은 같은 과정이 아니다.
2024년 연구에서는 세제에 사용할 수 있는 PVOH를 표준화된 활성슬러지 조건에서 시험했고, 높은 수준의 제거가 확인됐다.[4]
다만 이 연구는 실제 하수처리장에서 장기간 측정한 현장조사가 아니라 OECD 기준에 따른 하수처리 모사시험이다. 측정된 높은 제거율 역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PVOH가 완전히 분해된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캡슐의 필름을 두고 단순히 ‘물에 녹으니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고 단정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현재 근거로는 처리 조건과 PVOH의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정량 사용은 항상 장점일까 핵심 ↩
캡슐 하나에는 정해진 양의 세제가 들어 있다.
액상세제처럼 매번 양을 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반면 빨래가 적거나 오염이 적더라도 캡슐을 나눠 쓰기 어렵기 때문에 세제량을 세밀하게 조절하기는 어렵다.
정해진 양이 과다 사용을 실제로 얼마나 줄이는지, 작은 세탁에서 얼마나 자주 필요 이상의 양을 사용하게 되는지는 현재 확인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캡슐의 정량 사용은 세제 사용량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기능이라기보다 계량을 간편하게 만드는 특징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그래서 일반 세제가 기준점이 된다 핵심 ↩
일반 세탁세제를 살펴보면 환경 부담은 어느 한 곳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세제 성분, 포장, 운송, 세탁 과정, 사용 후 처리까지 서로 다른 단계에서 부담이 생긴다.
뒤에서 다른 세탁 제품을 살펴볼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세제 성분은 달라졌는가. 같은 세탁을 위해 운송해야 하는 제품의 무게와 부피는 줄었는가. 포장재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낮은 세탁온도에서도 충분한 세정력을 낼 수 있는가. 사용한 뒤에는 어떤 물질이 하수처리 과정으로 들어가는가.
모든 제품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줄였고, 그 대신 무엇이 달라졌는가.
일반 세탁세제는 이후 제품들을 비교하기 위한 기준점이 된다.
정리
친환경 세제를 찾는다고 해서 기존 세제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탁에는 오염을 제거하는 기능이 필요하고, 그 기능을 유지하면서 원료와 포장, 운송, 세탁 에너지, 사용 후 처리에서 불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캡슐세제도 그중 일부를 바꾼 제품이다. 농축된 세제를 정해진 양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세제량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렵고, 수용성 필름이라는 재료도 추가된다.
이후 살펴볼 가루세제, 타블렛, 세탁시트와 여러 대체품도 마찬가지다.
세탁 성능을 유지하면서 환경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이 질문을 기준으로 하나씩 비교해보자.
[1]: Golsteijn L, Menkveld R, King H, Schneider C, Schowanek D, Nissen S. A compilation of life cycle studies for six household detergent product categories in Europe: the basis for product-specific A.I.S.E. Charter Advanced Sustainability Profiles. Environmental Sciences Europe (2015) ↩
[2]: Koehler A, Wildbolz C. Comparing the environmental footprints of home-care and personal-hygiene products: the relevance of different life-cycle phases.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09) ↩
[3]: Kim J, Park C. Comparative Life Cycle Assessment of Multiple Liquid Laundry Detergent Packaging Formats. Sustainability (2020) ↩
[4]: McDonough K, Hall MJ, Wilcox A. Application of standardized methods to evaluate the environmental safety of polyvinyl alcohol disposed of down the drain. Integrated Environmental Assessment and Management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