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에는 치약을 묻히면서 치실과 치간칫솔은 그대로 사용한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셋 모두 치아를 닦는 도구인데 치실이나 치간칫솔에는 왜 치약이 필요하지 않을까?
치약을 함께 사용하면 치아 사이가 더 깨끗해질 것 같고, 불소도 직접 닿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근거에서는 치실이나 치간칫솔에 일반 치약을 추가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치실과 치간칫솔은 치약 없이도 치아 사이의 세균막을 제거하는 도구이고, 치간칫솔에서는 오히려 치약의 연마제가 문제가 될 가능성도 확인됐다.
그렇다고 두 도구를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실과 치간칫솔은 치아 사이를 닦는 방식이 다르고, 치약을 함께 사용했을 때 확인된 근거도 다르다.
치실의 역할은 치약을 치아 사이로 운반하는 것이 아니다. 치실 자체가 치아 옆면에 붙어 있는 세균막을 물리적으로 걷어낸다.
치아 사이가 좁다고 치실을 아래로 힘껏 밀어 넣을 필요도 없다. 톱질하듯 앞뒤로 조금씩 움직여 좁은 틈을 통과시킨 뒤, 치아 옆면을 감싸듯 붙여 움직이면 된다. 약간의 저항은 자연스럽지만 치실이 갑자기 잇몸으로 튕겨 내려갈 정도의 힘은 필요하지 않다.
여기에 치약을 묻힌다고 세균막이 더 잘 제거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불소를 직접 묻혀 충치 예방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임상 근거도 찾기 어렵다.
한편 “치실에 치약을 묻히면 연마제 때문에 치아 옆면이 깎인다”는 설명도 현재로서는 근거가 부족하다. 치약을 묻힌 치실이 치아를 얼마나 마모시키는지 직접 조사한 연구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실에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마모 위험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결국 치실은 치약 없이도 제 역할을 하며, 치약을 추가해서 얻는 이점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치간칫솔은 치실과 조금 다르다. 치아 사이에 공간이 있는 곳에서는 여러 가닥의 칫솔모가 양쪽 치아 면에 닿으면서 세균막을 제거한다.
일반 치약을 묻히면 칫솔모뿐 아니라 치약 속 연마제도 치아 표면을 반복해서 지나간다. 특히 잇몸이 내려간 부위에는 단단한 법랑질보다 마모에 약한 치근 상아질이 노출될 수 있어 이 차이가 중요하다.
2025년 실험실 연구에서는 치간칫솔을 인공 침과 함께 사용했을 때보다 일반 치약과 함께 사용했을 때 상아질의 마모가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법랑질에서는 뚜렷한 마모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1]
그렇다고 치간칫솔에 치약을 한두 번 묻혔다고 치아가 손상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연구는 소의 법랑질과 상아질 시편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가한 연구다. 장기간 치약을 묻혀 사용한 사람의 치아가 실제로 얼마나 마모되는지를 확인한 임상 연구는 아직 없다.
현재 근거로는 치간칫솔에 일반 치약을 묻혀 얻는 추가적인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반면, 노출된 상아질의 마모를 늘릴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일반 치약을 굳이 함께 사용할 이유는 크지 않다.
치약을 묻히지 않는다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충치 예방에 중요한 불소가 치아 사이까지 충분히 닿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불소를 치아 사이에 전달하기 위해 치실이나 치간칫솔에 치약을 직접 묻혀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치아 사이를 먼저 관리한 뒤 불소 치약으로 양치하는 방법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2018년 25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 임상시험에서는 치실을 먼저 사용한 뒤 불소 치약으로 양치했을 때, 반대 순서보다 치아 사이의 세균막이 더 적었고 그곳에서 측정된 불소 농도도 더 높았다.[2] 다만 실제 충치 발생을 장기간 비교한 연구는 아니기 때문에 이를 “치실을 먼저 쓰면 충치가 더 적게 생긴다”는 의미로 확대할 수는 없다.
치아 사이에 불소를 남기기 위해 치실에 치약을 묻혀 밀어 넣을 필요는 없다.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먼저 치아 사이의 세균막을 제거하고 평소처럼 불소 치약으로 양치하면 된다. 자세한 순서는구강 관리 순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에서 다뤘다.
치약 사용과는 별개로, 치실과 치간칫솔을 쓰다 보면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출혈이다.
처음 치간 관리를 시작했을 때 피가 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치아 사이에 세균막이 쌓여 잇몸에 염증이 생겨 있었다면 가볍게 건드려도 쉽게 피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피가 날 수 있다”와 “피가 나는 것이 정상이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치간 관리를 시작한 뒤 나타나는 가벼운 출혈은 관리를 계속하면서 줄어들 수 있지만, 반복되거나 계속되는 출혈은 확인이 필요하다.[3]
반대로 치실을 넣을 때마다 날카롭게 아프거나 잇몸에 상처가 생긴다면 힘을 줄여야 한다. 치간칫솔도 치아 사이에 부드럽게 넣어야 하며, 너무 빡빡하다면 억지로 밀어 넣지 말고 더 작은 크기를 사용해야 한다.[4] 철사가 반복해서 휜다면 크기가 너무 크거나 들어가는 각도가 맞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같은 곳에서 치실이 계속 걸리거나 풀리고 끊어지는 경우도 무작정 힘을 더 줄 문제는 아니다. 특정 부위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거나 출혈과 통증이 계속된다면 치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일반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치간칫솔에 어떤 제품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치간칫솔과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비연마성 불소·항균 젤도 있다. 실제로 치간칫솔에 사용하도록 설계된 제품 가운데에는 불소와 클로르헥시딘(CHX)을 함께 넣은 비연마성 젤도 있다.[5] 이런 제품은 치아를 닦기 위한 일반 치약과 목적과 성분이 다르다. 다만 모든 사람이 별도의 젤을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특정 제품이 필요한 경우에는 제품의 사용법이나 치과의사의 안내에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
불소 가글을 치간칫솔에 묻혀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가글 사용보다 추가적인 이점이 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치간칫솔에는 무엇인가를 반드시 묻혀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칫솔에 치약을 사용하는 습관 때문에 치실이나 치간칫솔에도 치약이 필요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세 도구의 역할은 같지 않다. 치실과 치간칫솔은 치아 사이의 세균막을 직접 제거하는 도구이므로 일반 치약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치실은 치약을 추가해서 얻는 이점이 확인되지 않았고, 치약 때문에 치아가 마모된다는 직접적인 근거도 부족하다. 치간칫솔은 조금 다르다. 일반 치약과 함께 사용했을 때 노출된 상아질의 마모가 증가한 실험실 근거가 있어 굳이 함께 사용할 이유가 더 적다.
그렇다고 치아 사이의 불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먼저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치아 사이를 관리하고 불소 치약으로 양치하면 된다. 결국 치간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치약을 하나 더 사용하는 일이 아니라, 치아 사이에 맞는 도구를 무리 없이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다.
[1]: Marconi C, et al. The Influence of Interdental Brushes and Toothpaste On Approximal Enamel and Dentine Abrasion – A Laboratory Study. Oral Health & Preventive Dentistry (2025) ↩
[2]: Mazhari F, et al. The effect of toothbrushing and flossing sequence on interdental plaque reduction and fluoride retention: A 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 Journal of Periodontology (2018) ↩
[3]: American Dental Association. Bleeding Gums. MouthHealt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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