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친환경 세제와 대용품을 비교하고 나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일반 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충분한 세정력을 가진 세제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포장과 세탁 에너지, 과도한 세제와 보조제 사용을 줄이는 것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일상 빨래는 가루세제나 농축 제품처럼 제품과 포장을 비교적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세제를 적정량 사용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낮은 온도로 세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얼룩이나 흰 빨래처럼 추가 기능이 필요한 경우에만 과탄산소다 같은 보조제를 더한다.
소프넛이나 마그네슘처럼 세제를 대신하거나 줄이기 위해 판매되는 대안도 있지만, 줄어든 세정력을 실제 세탁에서 얼마나 보완하는지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친환경 세탁은 세제를 가장 적게 쓰는 경쟁보다 한 번에 제대로 세탁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일반 세제를 대신할 만한 친환경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씩 살펴보니 각자 장점은 있었다. 세탁소다와 과탄산소다는 특정 기능을 보완할 수 있었고, 소프넛에는 실제 계면활성 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었다. 마그네슘도 물과 반응해 세탁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화학적 원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 원리가 곧 일반 세제를 대체할 만큼의 세정력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세탁시트는 가볍고 포장이 단순했지만 세정 성능과 성분을 함께 봐야 했고, 세라믹이나 자석 세탁볼은 세제를 대신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약했다.
결국 남은 질문은 ‘무엇으로 세제를 없앨까’가 아니었다.
세정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세탁의 환경 부담을 어디에서 줄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먼저 세탁에서 물과 세제, 온도와 물리적인 힘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이 기본 원리는 세탁에서 오염이 제거되는 원리에서 따로 정리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특별한 대체재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제품을 새로 고른다면 가루세제나 농축 제품처럼 한 번 세탁할 때 사용하는 제품량과 포장을 줄이기 쉬운 형태를 우선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가루·액상·정제 같은 형태 하나만으로 어느 제품이 더 친환경적인지는 결정할 수 없다. 실제 세탁의 환경 부담에는 세제의 제형과 성분, 사용량, 포장과 운송뿐 아니라 세탁 온도까지 함께 영향을 준다.[1]
가루세제와 타블렛의 장단점은 가루세제와 타블렛의 특징과 차이에서 따로 비교했다.
액상세제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면 당장 버리고 바꿀 필요는 없다. 다 사용한 뒤 농축 제품이나 포장이 단순한 제품으로 옮겨가는 편이 낫다.
중요한 것은 형태만이 아니다. 세탁물의 양과 오염 정도, 물의 경도에 맞는 양을 사용하는 것이 먼저다. 일반 세제가 계면활성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기능을 조합해 오염을 제거하는 방식은 일반 세탁세제의 구성과 역할에서 자세히 살펴봤다.
여기서 ‘친환경적이니까 세제를 가능한 한 적게 넣는다’는 원칙은 오히려 피하는 편이 좋다. 세제가 지나치게 적으면 오염 제거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많이 넣는다고 세정력이 계속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목표는 최소량이 아니라 필요한 세정력을 얻는 적정량이다.
티셔츠나 바지처럼 특별한 얼룩이 없는 일상 빨래는 복잡하게 조합할 필요가 없다.
적정량의 세제 + 가능한 범위의 저온 세탁을 기본으로 두면 된다.
세탁 온도를 낮추면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유럽 23개국의 세탁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세탁 온도가 높아질수록 세탁기 사용 단계의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했고, 모든 세탁을 30℃ 이하로 전환하는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평균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5%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됐다.[2]
다만 모든 빨래를 무조건 찬물로 돌릴 필요는 없다. 기름성 오염이나 냄새가 심하고 낮은 온도에서 충분히 제거되지 않는다면 세제 선택이나 세탁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 번의 세탁으로 해결되지 않아 다시 빨아야 한다면 처음에 줄인 에너지의 의미도 달라진다.
그래서 온도 역시 가장 낮은 숫자를 목표로 하기보다 한 번에 충분히 씻기는 범위에서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다.
평소 빨래에 모든 보조제를 넣을 필요는 없다.
흰 수건이나 흰옷의 누런 오염처럼 산화 표백이 필요한 경우에는 과탄산소다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과탄산소다는 탄산나트륨과 과산화수소의 부가화합물이며, 물속에서 과산화수소를 공급하는 산소계 표백제로 세탁세제에도 사용된다.[3]
세탁소다는 알칼리성을 높이고 세탁수의 조건을 조절하는 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지만, 역시 세제 자체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베이킹소다도 제한적인 보조 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일상적인 세정의 중심으로 둘 이유는 크지 않다.
핵심은 보조제를 많이 조합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는 세제 하나로 끝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기능에 맞는 보조제 하나를 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필요하지 않은 성분을 매번 사용하는 일을 줄이면서 세탁 과정도 단순하게 유지할 수 있다.
소프넛을 조사하기 전에는 가벼운 빨래에 소프넛을 사용하고, 오염이 심할 때만 일반 세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괜찮은 절충안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사용하면서는 면주머니에 말린 소프넛 5~6개를 넣고 액상세제를 평소의 절반 정도만 사용하기도 했다. 사포닌이 줄어든 세제의 역할을 어느 정도 보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료를 다시 확인하면서 이 방법을 친환경 루틴으로 권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에 가까워졌다.
소프넛을 함께 넣으면 일반 세제를 절반이나 그 이하로 줄여도 같은 세정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실제 세탁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일반 세제를 줄이면 계면활성제뿐 아니라 제품에 포함된 다른 세정 성분도 함께 줄어든다.
말린 소프넛 자체의 세탁 성능도 확실하지 않았다. 가정용 세탁기에서 표준 오염포를 세탁한 비교시험에서는 소프넛을 비롯한 대체 세탁제품이 물만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세정력을 보였고, 일반 분말세제는 시험한 모든 오염에서 더 높은 세정력을 보였다.[4]
따라서 소프넛을 일반 세제의 일부처럼 계산해 세제량을 줄이는 방식은 이 루틴에서 제외하는 편이 맞다.
이미 가지고 있는 소프넛이라면 피지나 땀을 제대로 제거해야 하는 속옷, 수건, 침구 같은 빨래보다는 세정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천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친환경 세탁을 시작하기 위해 새로 구매할 이유까지는 찾기 어렵다.
처음에는 왜 소프넛을 대안으로 생각했고 이후 판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소프넛을 실제 사용한 뒤 다시 검토한 글에 따로 정리했다.
마그네슘은 세라믹이나 자석 세탁볼과는 조금 다르다. 물과 반응할 수 있는 금속이기 때문에 제품의 작동 원리를 화학적으로 설명할 여지는 있다.
그렇다고 계면활성제와 효소 등을 갖춘 세탁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그네슘을 넣으면 일반 세제를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지도 실제 가정 세탁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마그네슘 역시 세제 감량분을 계산할 수 있는 대체재로 보기보다는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보조적인 선택지에 가깝다.
세라믹이나 자석 세탁볼도 비슷하다. 세탁볼과 세탁 자석을 일반 세제 및 물 세탁과 비교한 시험에서는 대체 제품들의 세정력이 물 세탁과 비슷했고, 일반 세제가 더 높은 세정력을 보였다.[5]
마그네슘·세라믹·자석 방식이 각각 무엇을 근거로 세탁 효과를 주장하는지는 마그네슘·세라믹·자석 세탁볼을 비교한 글에서 따로 살펴봤다.
새로운 도구를 하나 더 사는 것 자체에도 재료와 제조, 운송이 필요하다. 효과가 불확실한 제품을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추가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필요한 제품의 수를 줄이는 편이 낫다.
세탁이 끝난 뒤에도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건조기를 사용한다면 양모 건조볼은 세탁물과 함께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보조 도구다. 일회용 건조기 시트처럼 사용할 때마다 새로운 폐기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차이다.
다만 건조볼을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건조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 건조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이상으로 오래 돌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양모 건조볼뿐 아니라 먼지 제거용 세탁볼, 이염방지시트, 건조기 시트 같은 제품의 역할과 한계는 세탁·건조 보조도구를 비교한 글에서 따로 정리했다.
날씨와 생활 조건이 허락한다면 자연건조도 선택지가 된다. 어느 한 방법을 항상 정답으로 정하기보다 건조기를 사용해야 할 때는 과도한 건조를 피하고, 재사용 가능한 보조 도구가 필요하다면 활용하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복잡한 친환경 세탁법을 외울 필요는 없다. 기본 세탁을 하나 정해두고 문제가 있을 때만 바꾸면 된다.
| 상황 | 현실적인 선택 |
|---|---|
| 일반적인 일상복 | 적정량의 세제 + 가능한 범위의 저온 세탁 |
| 땀·피지·냄새가 많은 빨래 | 충분한 세제량을 우선하고 필요하면 세탁 조건 조정 |
| 흰 수건·흰옷의 누런 오염 | 세제 + 필요할 때 과탄산소다 |
| 눈에 띄는 얼룩 | 얼룩 종류에 맞는 전처리 후 세탁 |
| 울·실크 등 섬세한 섬유 | 해당 섬유에 맞는 전용 세제와 코스 |
| 세정이 거의 필요 없는 천 | 물 세탁 또는 이미 가지고 있다면 소프넛을 제한적으로 활용 |
| 건조기 사용 | 필요한 시간만 건조하고, 원한다면 재사용 가능한 양모 건조볼 활용 |
여기에 하나의 원칙만 더하면 된다. 평소 루틴으로 충분히 깨끗해진다면 무언가를 더 넣지 않는다.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소프넛, 세탁소다, 과탄산소다, 세탁볼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이 원칙과 멀어진다. 각각 필요한 상황이 있을 뿐, 많이 조합한다고 더 친환경적인 세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세탁 대안을 하나씩 살펴본 끝에 남은 루틴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평범했다.
충분한 세정력을 가진 세제를 적정량 사용하고, 일상적인 빨래에서는 가능한 범위에서 세탁 온도를 낮춘다. 표백이나 특정 오염을 해결해야 할 때만 그 기능에 맞는 보조제를 추가한다. 건조에서도 불필요한 일회용품과 과도한 시간을 줄인다.
소프넛을 비롯한 대체재를 알아본 과정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더 사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알게 됐다.
세제의 양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목표도 아니다. 부족한 세정력 때문에 냄새나 오염이 남거나 다시 세탁해야 한다면 좋은 절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필요한 만큼은 제대로 쓰고, 줄일 수 있는 에너지와 포장, 불필요한 제품을 줄이는 편이 더 확실하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 세탁은 특별한 재료로 일반 세제를 대체하는 방법보다 한 번에 제대로 씻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용하지 않는 루틴에 가깝다.
이 글은 여러 친환경 세탁 대안을 하나씩 살펴본 뒤 내린 결론이다. 어떤 종류의 대안이 있고 각각 세탁의 무엇을 바꾸려는 제품인지 처음부터 살펴보고 싶다면 친환경 세탁 대용품의 원리와 종류에서 전체 흐름을 볼 수 있다.
[1]: Shahmohammadi S, Steinmann Z, Clavreul J, et al. Quantifying drivers of variability in life cycle greenhouse gas emissions of consumer products—a case study on laundry washing in Europ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Life Cycle Assessment (2018) ↩
[2]: Shahmohammadi S, Steinmann Z, Clavreul J, et al. Quantifying drivers of variability in life cycle greenhouse gas emissions of consumer products—a case study on laundry washing in Europ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Life Cycle Assessment (2018) ↩
[3]: Bianchetti GO, Devlin CL, Seddon KR. Bleaching systems in domestic laundry detergents: a review. RSC Advances (2015) ↩
[4]: Laitala K, Kjeldsberg M. Cleaning effect of alternative laundry products: A comparison of soap nuts, laundry balls, washing pellets, laundry magnets, water and regular detergent. Household and Personal Care Today (2012) ↩
[5]: Laitala K, Kjeldsberg M. Cleaning effect of alternative laundry products: A comparison of soap nuts, laundry balls, washing pellets, laundry magnets, water and regular detergent. Household and Personal Care Today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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